이 글의 제목에서 예전에 유행한 빌 게이츠가 길에서 100달러를 줍는 이야기를 떠올리실 지도 모르겠네요.
빌 게이츠가 100달러 짜리를 줍는게 이익인가 그냥 일을 하는 것인가 계산하는 이야기인데요.
결론은 줍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것이 낫다는 산술적인 결론과,
그래도 일하지 않고 얻는 소득이니 그래도 줍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들이 오갔죠.
오늘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빌 게이츠가 아니고, 이재용입니다.
또, 삼성이 초당 벌어들이는 돈과
돈을 줍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는 재미없는 산술적인 이야기를 하고자함도 아닙니다.
이재용 회장이 5만원 짜리를 줍는 모습을 본다면,
우리는 어떤 말을 할까요?
어차피 비슷한 이야기인데,
굳이 삼성 그룹의 회장을 언급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오늘 이야기의 제목은 처음엔 ‘고작, 견리사의’ 였습니다.
팀원의 만류로 제목이 변경된 것이죠.
‘고작, 견리사의’
우리는 항상 ‘하지 않아야 할,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우리의 카톡 프로필에
‘불좌불삭 굴기여지 양역연의’라는
어려운 말이 꽤 오랬동안 적혀 있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 이유가 아마 ‘견리사의’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몇 일전 정부 사업에 지원하면서 충격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사회적 가치 실천 계획’
이라는 파트 때문이었습니다.
로체인으로 항상 말하는 것은,
낭만적인, 멋진, 위대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낭만적이고 멋지고 위대한 일보다는 생존에 급급한 일들이죠.
사회적 가치 실천 계획이라는 파트에서 이것을 깨달아 버렸습니다.
좋은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제도가 이렇게도 많은 지 몰랐고,
이 제도를 어떻게 정착 시킬 것인지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각이 제도화된 것은 분명하지만,
찾아보지도, 관심을 가지지 못한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지원은 코앞이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천 계획보다는 우리의 비전은 거기 있으나,
우리는 작은 초기의 회사라는 변명으로 마무리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또 다시 왜 로체인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런 제도를 몰랐고,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가 그걸 지킬 생각도, 능력도 없다는 뜻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우리가 낭만적이고, 멋지고,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없다면 이 일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늘도 로체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바꾸고 싶은 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고작, 고작 ‘견리사의’ 입니다.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이야기인
만들고 싶은 세상이 있어야 한다거나,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거나,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든다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스타트업으로 마땅히 꿔야할 꿈이기 때문이지,
그런 거창한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저는, 우리 팀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견리사의란
‘이익을 보면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를 생각한다.’
라는 의미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볼까요?
눈앞에 이익이 있더라도 이것을 가지는데 마땅한지, 합당한지 생각해본다는 뜻입니다.
마땅하고 합당하지 않다면, 그 이익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길가에 떨어진 지갑 앞에서 우리는 왜 고민을 할까요?
그 고민의 끝에 경찰서를 찾는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견리사의’를 따른 것은 아니었을까요?
삼성 회장이 5만원 짜리를 줍는다면?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삼성의 회장이 5만 원짜리를 길에서 발견하면,
이것이 산술적으로 이익인가 아닌가,
노동없는 대가인가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 이익이 나에게 합당한가라는 생각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를 강요하는 것은 좀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흔하게 언급되죠.
위치에 따른 책임과 희생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까지도 바라지 않습니다.
기득권이라고 해서, 경제적 위치가 높다고 해서,
희생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은 무척 위험한 생각입니다.
다만, 고작, 바라는 것은 견리사의 입니다.
대형 마트, 편의점, 프렌차이즈 가맹,
대형 IT기업의 리워드 광고…
이런 사업들은 분명히 기업들에게 확실한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러나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이는 시장이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가지고 있는 시장을 빼앗는 것이죠.
물론, 공평한 경쟁이라면 동의하겠습니다만,
가지고 있는 자본과 마케팅, 브랜드 등을 비교하면
이를 공평한 경쟁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대기업들이 견리사의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장에서 마땅히 취해도 되는 이익인지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대기업들은 좀 더 멋진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삼성 그룹의 회장이 5만원 짜리를 줍는데 신경을 쓴다면,
사람들이 무어라 생각하겠습니까.
오늘의 로체인
오늘은 ‘오늘의 로체인’ 발행일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오늘의 로체인’은 발행하지 않을예정입니다.
발행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늘처럼 자극적(?)인 제목으로 아주 중요한 빅이슈만 전달할 예정입니다.
지난주도 ‘오늘의 로체인’이라는 제목보다
‘로체인, 유튜브와 분쟁에 휘말리다!’
같은 제목이었으면 훨씬 많은 조회 수가 잡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컨텐츠 비즈니스를 목표로 한 이상 조회 수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조회 수 유도만이 아니라
실제로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