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문화를 만들어 주세요 -헌법 개정안을 듣고

By 2018년 3월 21일 No Comments

어제 우연히 헌법 개정안 발표를 듣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정신없고,
생각해 봐야할 이슈들이 발생하는 극초기 스타트업이기에
헌법 개정안을 이렇게 깊게 생각해본다는 게 다소 사치스럽기는 합니다만,
로체인이 말하는 ‘문화를 만든다’라는 부분과 관계가 있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세상이 좋아지고 있구나, 한 발 더 나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과
여러 걱정들…만감이 교차하여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괜찮아 외식업 큐레이션을 하면서
최저임금 문제와 프랜차이즈 원가공개 법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사실 이 법들의 진통을 자주 접하고 있는데,
헌법이 개정안 그대로 통과된다면
최저 임금 문제와 프랜차이즈 원가공개와 같은 진통을 겪지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우선 간결하게 걱정되고 우려되는 점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솔직히 헌법 개정안은 매우 아름답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간접적으로 보장되는 기본권을 직접 규정하여 기본권을 신장했으며,
국민에서 사람으로 인권 보장을 확대 했습니다.
한편,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삭제하여 검찰 부패를 견제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국민 소환제등은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하여 민주주의를 신장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이상에 치우친 헌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니, 브랜드 파워 10위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헛소리를 하는 이상주의자입니다만,
이번 헌법 개정안은 너무도, 너무도 이상적입니다.

직접 규정된 기본권은 인권을 신장시킬 수도 있지만,
하위의 법률들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그저 명문 규정에 그칠지 모릅니다.
일반인들이 기본권을 근거로 헌법 소원을 하는 일이 과연 일반적인 일일까요?
헌법을 근간으로 일반인, 국민이 영향을 받도록 일하는 것이 국회의 일이고,
더 세부적인 위임을 받는 것이 행정부와 대통령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세부적인 위임을 받은 부분에서 진통을 겪고 있으면서,
지키지도 못할, 법 관계자들이나 이해할 법한 헌법이 과연 소용이 있을까요?
오히려 법을 잘 알고, 여유가 있는 기득권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까요?
국가의 책임을 넓게 규정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세부적인 정책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기업의 잘못을 국가가 책임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기업과 법인의 헌법소원이 난무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국민에서 확대된 사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정전 국가로 전쟁시 자국민 보다 외국인을 먼저 보호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인데 불구하고, 외국인과 국민의 권리를 동일하게 설정하면,
대체 대한민국 국적의 이익은 무엇입니까?
나라가 우릴 지켜주지 않아서,
‘이게 나라냐’라는 박탈감에 빠져있는 국민에게
지금부터 국민과 외국인을 차별없이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입니다.
대체 대한민국 국민은 세금을 내며 병역의 의무를 지면서 국적을 유지할 만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런 선언을 한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이 과연 개선되겠습니까?
다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인권의 확대는 인류 역사에 당연히 동반되는 당위성을 가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개헌은 다문화 가정에서 대한민국의 국적을 굳이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까요?
어차피 ‘한국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국적을 가져도 얻는 이득조차 없습니다.
대체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져야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소권 문제도 동일하다고 봅니다.
아마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약속하신 부분이 있을 것이니 이해는 합니다만,
기소권을 법률로 정하면, 기껏해봐야 국회에 위임하는 것입니다.
검찰 이외에 기소권을 주려면 국회의 입법을 통해 줄 수 있게 됩니다.
검찰을 믿지못하니 국회를 믿겠다?
글쎄요. 대한민국의 국회가 그렇게 성숙한 곳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합리적으로 필요한 곳에 기소권을 주리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 소환제 등을 도입하는 것입니다만,
국민소환제가 여유있는 사람들의 특권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정확히는 대한민국 사회가 국민 소환제를 소화할만큼 민주주의가 성숙되어 있는가 의문입니다.

촛불혁명은 분명 큰 사건이었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발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뽑혀 대통령의 자리에 앉기도 했으며,
지금도 격렬한 시위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대통령을 뽑고, 시위를 하시는 분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잖습니까.

총평을 해보자면, 너무 이릅니다. 너무 빨라요.
아직 이런 것들을 소화할 수 있는, ‘문화’가 성숙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법을 정하고 천천히 고쳐나갈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법감정상 현실과의 괴리가 더 벌어지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법을 지키면 바보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
더더욱 지키기 어려운 법을 만드는 것은 너무 무리한 생각이 아닐까요?

사실 이 문제는 제 개인적인 고민의 답이기도 했습니다.
법학도로 좌절을 느낀 부분은 꽤 많았습니다만,
결코 법은 세상을 선도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법은 현실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지, 세상을 선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선도하는 법이란,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을 강제로 시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방법은 문화를 만드는 일이었고,
문화를 만들기 위해 ‘조직’이 필요했습니다.

보잘것 없는 스타트업 종사자일 뿐입니다만,
천천히 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선 문화를 만들어 주세요.
사람을 존중하고, 검찰을 믿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주세요.
지금 모든 것을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이 나라는 지금 우리가 사는 나라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이어질 나라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바꿔나가고, 뒤에 올 후임자를 믿어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지금 당장의 과감한 개혁보다 장기적인 로드멥을 짜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요?

최저임금과 프랜차이즈 마진 공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저임금보다 아웃소싱 문제를 해결해주세요. 비정규직을 정상화 시켜 주세요.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키오스크의 도입이 더 빨라져 역대 최대의 실업율을 맞이하지 않았습니까.
외국의 예에서 처럼, 비정규직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비정규직이 강제가 아니라, ‘프리랜서’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프랜차이즈 마진을 다이렉트로 공개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세계프랜차이즈협회에서 지적하듯이, 계약서에서 명시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지금 유통 마진을 공개하면, 마진율은 그저 숫자가 되버립니다.
못판 물건을 끼워 팔기위한 신메뉴 R&D를 막아주세요.
유통 떨이를 먼저 바로잡아 주세요.
마진율 경쟁으로, 더 비참한 상황이 될 수도 있음을 고려해주세요.
이런 세부적인 문제에, 대통령령으로 바로 잡을 수 있는 작은 일들에 더 신경써 주세요.

사실,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리라 믿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혹시, 통과가 된다면
너무 좋은 법들이라 솔론의 개혁처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신장이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헌법 개정안 외에도, 진행되는 정책들에서 조급함이 느껴졌는데,
헌법 개정안에서 확연히 그것이 느껴져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바마의 이코노미스트 기고글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더 나은 진보는
미국 경제 메커니즘이 대단히 복잡하다는 것을
이해할 때 가능하다.
모든 거대 은행을 쪼갠다거나
모든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긴다거나 하는
극단적 개혁은 대충 보면 매력적이지만,
경제가 그렇게 대충 되는 게 아니다.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경제는 쪼갰다가 다시 붙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한 고려가
정책의 이곳 저곳에서 먼저 발견되면 좋겠습니다.
또 법과 제도가 따라갈 수 있는 성숙된 인식과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법과 제도보다 문화와 인식이 먼저임을 느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법과 제도로 한 번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문화와 인식을 수정할 작은 법들을 기대합니다.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대한민국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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