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앤드 오브 로체인

By 2016년 8월 24일 No Comments

마침내,
로체인 팀이 마무리됐습니다.
오늘이 팀으로 진행하는 마지막 일정이라 생각합니다.
2011년 결성되고 무려 5년이나 지속된 팀치곤,
조금 조촐하다는 느낌이네요.

우리, 팀을 강조해왔지만
결국 나만의 팀이었던 로체인 팀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는(나는) 하나의 가치와 하나의 방향도 만들지 못했고
하나의 프로젝트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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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팀을 꿈꿨는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올림픽 펜싱에서
기적적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박상영 선수.
박상영 선수가 마지막까지 했던 말은
‘할 수 있다’ 였습니다.
저는 오늘 그것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박상영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든
따지 못했든 그것은 분명 감동적이었습니다.
(물론 금메달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감동의 크기도 작아지고, 알려지기도 덜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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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팀의 마지막 일정을 치르고
제가 되뇌었던 말은
‘화내지 말자.
분노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어차피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였습니다.

마지막까지 ‘할 수 있다’고 바보처럼 믿어야 하는데,
저는 끝내 그러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실패한 것은,
아니 제가 실패한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겁니다.
끝까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이 부족했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팀이 해체되기 시작한 것은 한 달 전쯤입니다.
단지 오늘 팀으로 마지막 일정이 끝났을 뿐이죠.
그리고 지난 한 달간 고민했습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가.

스스로 꿈꾸던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정말,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아무런 이유없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의와 호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과정에 집착하는 노력.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겠다는 다짐.
저는 그것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정이 필요했습니다.
이유와 대가 없는 호의는 불가능했습니다.
결과가 필요했습니다.
부질없는 노력과 헛수고를 반복할 수 없었습니다.
개처럼 벌더라도 돈이, 물질이 필요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팀은 계속 유지 됐을테죠.

사실 팀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로체인 팀이 이렇게 결과물을 남기지 못하고
해체된다는 것을 알고 처음 시작했던 때로 돌아간다해도
로체인 팀을 시작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똑같은 선택들을 반복할거라 생각합니다.
설사 실패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그럼에도 후회가 남는 것은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좀 더 즐겁게, 조금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항상 결과에 집착해서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로만 했을 뿐이지,
아이디어를 까내리고, 더 생각해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그런 태도에 불편함이 많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해줘서 감사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든 행복하길!

로체인 홈페이지는 남겨놓을 생각입니다.
게시물 형태로 작성된 포스트들은 당연히 남겨놓고
팀원 탭이나 프로젝트 탭은 제거하고
로체인 팀의 히스토리 탭은 남겨놓아
로체인팀이 무엇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남겨놓겠습니다.
끝까지 뭔가를 했다는 느낌을 포기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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